현재의 우리시장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전통시장의 미래비젼을 보고자 유럽선진시장 벤치마킹여행에 동참하였다.

  


<네덜란드 시장 사진>

    먼저 도착한 네덜란드는 헤이그시장의 시청관계자의 설명과 그곳의 현황을 보고, 지자체의 관심과 관리 그리고 전통시장의 경쟁력만 가지고 있으면 특별한 지원이 없어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시장을 보고 우리의 시장도 자체경쟁력을 키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또 우리와는 다른 오랜 전통의 구도심권에서의 전통시장의 역할은 대형마트에서 줄 수 없는 상품구색과 다양한 수제품등으로 자체 경쟁력이 있었고, 시장 주변의 수많은 음식점과 주점은 많은 고객을 모이게 함으로 상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네덜란드 마르크탈 시장 사진>

    사진만 보아도 좋은 아이디어로 만든 훌륭한 건축물임을 알 수 있는 마르크탈 시장은 전통시장의 미래의 모습으로 앞으로 노후된 건물형시장이 가야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노후된 건물형시장 경우 대부분의 부지가 크고 재건축에 수요가 있으나 대부분 일반주거지역으로 재건축에 타산성을 맞추기 어려워서 슬럼화 되고 있는데 현재 서울시에서 진행중인 “역세권 2030 청년주택”사업과 연계하여 “전통시장 2030 청년주택”사업으로 확대하여 서울시의 청년주택사업과 동일하게 전통시장의 용도지구를 상향하여 주고, 공급되는 주택은 건축면적의 6~15%를 공공임대주택(전용면적 45m2이하)으로 기부하게하고, 나머지도 민간임대주택(전용면적 60m2이하)으로 건설하여 8년간을 임대주택으로 의무 사용케 하고, 임대료인상도 5%로 한정하여 저렴하게 청년과 신혼부부층에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1층을 전통시장으로 활용한다면 슬럼화되가는 도심가의 전통시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마르크탈시장과 같은 멋진 시장이 곳곳에 건축될 것을 기대해 본다. 전통시장만의 문제점과 장점을 임대주택과 함께 풀어 본다면 좋은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독일 전통시장 사진>

 

    독일의 전통시장을 살펴보면 오랜 역사로 크게 번성하지는 않았지만 사라지지도 않는 자체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지자체소유의 공설시장의 경우 지자체에서의 상권관리와 보행자 위주의 도로관리로 전통시장의 위상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함으로 관광의 명소로 유지됨을 볼 수 있다. 또 야외광장이 함께 위치해 상시 축제가 가능하고, 야외가든에서 장보고, 맥주한잔과 더불어 쉴 수 있는 모습은 상가와 주택으로 밀집되어 광장이 거의없는 서울의 시장으로서는 부러운 모습이다. 우리시장도 축제때에는 지자체의 도움으로 일부 도로를 보행자위주의 도로로 변경하여 상권의 홍보와 매출증대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체코전통시장 사진>

    체코의 전통시장의 경우 도심의 도살장을 최대규모의 건물형시장과 야외시장을 만들어 다양한 상품군을 함께 판매하도록 한 것이 인상적이다.넓은 부지에 다른 업종 산업을 유치할 수 있음에도 전통시장을 유치한 것은 수많은 사림들의 삶을 영위하는 전통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매출과 고객수는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규모로 보면 전통시장으로서 경쟁력은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체코정부에서 민영화사업으로 59헥타르의 부지를 99년간 베트남 출신의 13인에게 임대한 후 형성한 사파시장은 베트남 이주민들의 체코 정착지로서 자국민들에게 많은 혜택과 응집의 효과로 시간이 흘러갈수록 상권이 강화되어 체코를 대표하는 베트남 타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시안과 유럽 현지인들도 입점하고 있다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머나먼 이국땅에서 이들보다 먼저 선점하여 코리아타운을 만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짧지 않은 6박8일 동안에 무려 12개의 유럽전통시장을 둘러보고, 잠시 둘러본 유럽의 관광지의 모습에서 특히 체코프라하의 8,000만명/년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하니 그저 부러울 다름이다. 그런데 이곳은 오랜 전통의 건축물과 광장과 골목 그리고 교통수단인 트랩과 자동차와 자전거가 어우려져서 한 폭의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었고, 잘 관리된 수천년 수백년된 건물들 앞에는 가로수 하나없이도 사진찍기가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었다.

 

   우리의 오랜 전통의 전통시장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옛 추억의 멋과 과거의 맛을 살려 간직하고, 우리 지역에서만 생산하는 각종 상품과 수제품을 유치하여 볼거리 살거리를 더욱 강화하고, 고객편의시설을 더욱 확충하여 편안히 장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그 어디에도 없는 전통시장의 경쟁력으로 내국인과 외국인이 모두 즐겨찾는 공간이 되어서 문전성시를 이루는 전통시장이 될 것이다.

 

   그날까지 배우고 고쳐고 다시 살려서  이곳을 찾는 고객과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 모두의 삶에 만족을 주는 그런 전통시장으로 변화해야 하겠다. 아울러 동참한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는 역전의 용사 상인회장님들과의 만남도 이들이 자신들의 시장에 이루어 놓은 일과 앞으로의 할 일들을 듣고, 큰 자극이 된다. 전통시장 화이팅!!

로테르담의 “마켓홀” 프로젝트가 유럽 재래 시장의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면 우리 고유의 장터 문화도 어떤 식으로...

by 유로저널  /  on Aug 22, 2010 07:31

 

로테르담의 “마켓홀” 프로젝트가 유럽 재래 시장의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면 우리 고유의 장터 문화도 어떤 식으로 발전, 변형되어야 하는지 연구해보자.


최근 네델란드에 새롭게 개정된 위생법에 의하면 고기와 생선을 파는 전통적인 야외 시장은 지붕을 덮어야 한다. 이와 같은 새로운 규정이래 최초로 시행되는 마켓홀(Market Hall)이라 불리는 시장 재생 프로젝트는 로테르담 전후센터 (Rotterdam Post War Centre) 내 로렌스지구의 시내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에 신축되는 전체 건축물은 총10만 평방미터 규모이며 약 143만 파운드의 예산이 투입된다. 바로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라우렌스 성당 근처에 도시형 재래 시장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9년 11월 로테르담 시가 마켓홀의 착공을 발표했다. 자국 건축가 사무소 MVRDV가 설계한 마켓홀은 재래 시장과 200채가 넘는 주택의 복합건물이다.


 

 


로테르담 중심부에 신축되는 현대식 재래시장 “마켓홀”


12층의 아치 형태의 아파트먼트블럭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홀 안에는 100여 개의 노점 시장이 자리잡게 되며 아파트먼트의 창을 통해 주민들은 시장의 활기찬 모습을 내려다 볼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지난 20년 고국에 즐비하게 자리잡은 수 많은 주상복합건물들과는 사뭇 다른 재래 시장 고유의 형태와 활기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하 3개층에 걸쳐 1,200대 규모의 주차장도 마련된다.
아치형 건물에는 총 228 채의 주택이 마련되는데 건물 내 아래 2개층은 공공공간으로 상점및 식당으로 사용되며 각 아파트먼트마다 바깥쪽으로 발코니를 설치해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성을 가질 것이다. 또 거대한 홀내에는 LED 패널을 설치해 필요에 따라 문화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처럼 ‘마켓홀’은 시장, 레저, 주거, 주차와 같은 상이한 기능들이 통합된 새로운 유형의 공공 복합 빌딩이라 할 수 있다.



유럽 여느 도시의 실내 재래시장처럼 마켓홀의 내부 전경 또한 활기차다


아치형 건물 실내에 설치된 LED패널은 이벤트를 위해 적절히 이용될 것이다


스위스 - 바젤 마켓

현대식으로 변형된 시장은 아니지만 스위스 바젤에도 도시 한 복판에  (Marktplatz) Market place 라는 시장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 마치 예전 고국의 3일장, 5일장처럼 매일 오전 8시 반부터 정오까지만 장이 선다. 가을이면 시장에 나오는 상품들은 그 절정을 이루는데 1260년경에는 무역, 교통 그리고 정치의 중심지로 Corn Market 이라 불려지기도 했다던 이 시장에는 1420년부터는 과일과 채소로만 거래되던 상품들을 달걀, 치즈 그리고 닭과 같은 가금류를 포함해 그 거래 품목의 폭도 다양해졌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지금의 반정도였던 시장의 규모를 시측에선 주변의 인접한 대지들을 사들여 현재의 규모로 확장시킨 것이다. 시장이 서지 않는 오후에는 각종 이벤트를 위한 장소로 아님 주변의 몇 안되지만 중세 건축물들과 어우러져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장소로서의 자리메김을 하고 있다. 작은 도시지만 건강한 삶을 사는 바젤 시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이 시장에 모여들어 하루를 준비한다. 웰빙..웰빙.. 진정한 웰빙이란 바로 이른 아침 마켓에서 이웃들과 만나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주말 바젤의 Market Place에 내다 파는 온갖 음식재료들


필자의 고향 경기도 안성에는 매달 2, 12, 22일과 7, 17,27일마다 5일장이 열린다. 물론 어릴적의 장규모에 비하면 형편없이 작지만 그나마 역사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대형규모의 할인매장들의 속속등장으로 우리와 오랜 역사를 같이해온 전통의 장문화는 그 목적을 상실해가며 서서히 우리의 문화속에서 잠식되어가고 있다. 장에 나오는 상품들을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가격도 쌀뿐만아니라 자연환경에서 직접 경작되고 수확한 말 그대로 Organic들이다.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는 정겨운 우리 고유의 장터 문화


물론 장이란 물건을 거래하는 곳이라는 주된 목적이 있었지만  물건을 사고 파는 것외에도
상인들간의 혹은 손님들간의 삶을 나누는 장소로도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장터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므로 영조때는 임금이 내리는 성지를 널리 알리는 데 시장이라는 공간이 이용되기도 했다고 들은적이 있다. 역모를 꾀하다가 잡힌 역적들의 목을 베어 시장 바닥에서 매달았던 것도 장터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했던 것일 것이다.

물론 현대사회의 시장의 개념은 당시의 장터와는 차이가 있을것이 분명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시대에 걸맞게 시장 환경이나 이용방법, 수단 등이 연구, 발전, 변형되어야 하겠지만 우리 선조들의 삶속에 그리고 우리 부모님세대들의 역사와 같이해온 이런 장문화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제로의 상태에서 출발해야한다면 결국은 또 외국의 시장을 그대로 옮겨놓는 어리석은 짓일것임은 눈에 보듯 훤하다.  

우리의 토속적인 장문화.. 건강한 사고를 바탕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볼수있게되길 간절히 바랄뿐이다.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SMAL AND PARTNERS (도시 및 건축 설계 파트너쉽) 대표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 튜터
www.smalandpartners.com
cpark@smalandpartners.com

 

1층엔 시장, 2층은 마트… 상권살리기 위해 ‘적과의 동침’  

영국-스페인의 해법

 

 

                      유럽의 성공한 전통시장들은 상권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와도 협력하는 동시에 전통시장만의 특징을 살리고 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한 건물에서 공존하는 스페인 마드리드 산안톤 시장(왼쪽 사진)과 가게 주인이 직접 물고기를 잡는 사진을 내걸고 손님에게 믿음을 파는 영국 런던의 버로 시장. 마드리드·런던=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

 

“아니, 지금도 경기가 안 좋아 죽을 지경인데 코앞에 대형마트를 유치하겠다고요?”

1998년 영국 런던에서 서북쪽으로 150km 떨어진 코번트리 시. 전통시장 상인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장만이 아닌 지역상권을 함께 개발하자는 제안에 일부 상인은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더 잃을 것도 없다. 해 보자”는 의견이 우세해지면서 대형마트의 영입이 시작됐다.

세인즈베리, 막스앤드스펜서, 울워스 등 대형마트와 BHS백화점, 1파운드숍(우리나라의 1000원숍에 해당)인 파운드랜드 등으로 시장 주변이 메워졌다. 적과의 동침. 하지만 시장은 문을 닫기는커녕 여전히 건재하다. 2007년 영국시장협회로부터 ‘최고의 전통시장’으로 선정된 코번트리 시장 얘기다.


○ 적이 아닌 상권을 함께 하는 파트너

7일 코번트리역에서 내려 쇼핑센터 구역으로 들어서자 대형마트, 편의점, 백화점, 카페 등이 밀집해 있었다.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자 전통시장이 쇼핑센터에 둘러싸여 섬처럼 놓여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장사가 될까 의구심이 들었다.

 
걱정과 달리 시장 내부는 활기로 가득 찼다. 과일과 채소, 어류, 정육뿐만 아니라 의류, 잡화, 중고물품 등 다양한 물건을 갖춘 180여 개 점포는 문 닫은 곳이 없었고, 가게마다 손님들로 붐볐다. 일주일에 8만∼10만 명이 이 시장을 찾는다.

1964년부터 신발 장사를 한 빌 더핀 씨(64)는 시장에서 천당과 지옥을 맛봤다고 회상했다. “1958년 시장이 생기고는 정말 좋았어요. 재규어 등 자동차 공장이 잘나가 덩달아 시장도 북적였죠. 시장 바로 옆에 영국 제너럴일렉트릭컴퍼니(GEC)의 가전 공장이 있었는데 직원 6000명이 퇴근길에 장 보러 올 때면 눈코 뜰 새가 없었죠.” 하지만 1970, 80년대 공장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1980년대에 시 외곽에 대형쇼핑몰이 생기면서 시장 주변은 손님이 끊겼다. 일대가 슬럼화되면서 범죄율도 치솟았다.

어떻게 하면 시장을 살릴 수 있을까. 지방자치단체와 워릭대 등 지역 대학, 기업, 시민단체, 상인 등이 머리를 맞대고 타운센터매니지먼트(TCM)라는 조직을 구성했다. 고객의 발길을 다시 돌리려면 다양한 쇼핑시설을 한곳에 집중하고, 도심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3년부터는 지역상권을 통합 관리하는 사업환경개선지구(BID)라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상권 주체들은 각자 과세표준액(rateable value)의 1.1%를 매년 부담금으로 거뒀다. 대형마트들도 부담금을 냈다. 여기에 후원금, 기여금 등을 자발적으로 냈다.

이렇게 연간 900만 파운드(약 150억 원)가량을 모아 상권 개선을 위한 공동사업을 했다. 전통시장에 자동문, 에어컨 시설, 냉온풍기 시설을 설치했다. 전통시장과 상점가 사이에 아케이드를 만들어 고객이 쉽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지역 대학과 연계해 상인 교육을 하고, 거리 환경 개선, 온라인 홍보, TV 라디오 광고, 지역축제, 상권 투자유치, 보안, 청소, 주차 관리 등의 사업을 함께 추진했다.


○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색다른 동거

9일 찾은 스페인 마드리드 남부 산타마리아 시장 입구에는 시장 간판보다는 스페인 최대 대형마트 체인인 ‘메르카토나’ 간판이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1층은 정육, 생선, 채소, 과일 등을 파는 전통시장, 2층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함께 있는데 핵심 입지는 대형마트에 내줬다.

2006년 660만 유로(약 95억 원)를 들여 리모델링을 하면서 빈 점포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마트를 들여왔다. 대형마트가 입점 조건으로 리모델링 비용의 40%를 부담하면서 상인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레오노르 부에노 시장 매니저는 “단지 비용을 아끼려는 게 아니라 시장 주변에 고객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며 “대형마트는 기존 상인들이 판매하지 않는 유제품, 가공식품, 포장식품을 중심으로 파는 등 공존하는 길을 택했다”고 밝혔다.

마드리드의 산안톤 시장도 2년 전 리모델링을 하면서 지하 1층에 슈퍼마켓이 들어왔다. 1945년에 지어진 이 시장은 리모델링 전에는 낡고 더러워 주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38개 점포 가운데 문을 연 점포는 6개에 불과했다.

상인들을 중심으로 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1800만 유로(약 260억 원)를 들여 재건축을 했다. 백화점 쇼핑센터처럼 깔끔하게 하고, 가운데를 비운 구조로 어디서든 시장 전체를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지하 1층은 슈퍼마켓, 1층은 고기 과일 채소 치즈 생선 빵 등을 파는 전통시장, 2층은 카페 식당가 이벤트홀, 3층은 테라스를 갖춘 고급 레스토랑으로 꾸몄다. 욜란다 알바레스 시장 관리자는 “고객을 끌기 위한 품목을 슈퍼마켓과 식당가, 전통시장이 서로 보완할 수 있다”며 “완전히 죽어 있던 시장이었는데 이제 주말이면 하루 6000명이 찾을 정도로 활기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공존하는 전통시장이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스페인 당국도 발 벗고 나섰다. 1982년 마드리드 시는 마드리드 외곽에 메르카마드리드라는 대형 도매시장을 만들었다. 과일 채소 생선 정육 우유 와인 등을 산지에서 들여와 당일 새벽에 상인들에게 공급한다. 대량 구매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산지에서 마드리드로 들어온 지 1∼4시간 안에 고객에게 내놓을 수 있어 품질에서도 대형마트를 앞지르게 됐다.

루이스 풀리도 마라비야스 시장 매니저는 “시장 내 신선제품의 80%는 메르카마드리드에서 들여온다”며 “정부에서 품질을 보증하는 셈이어서 소비자들도 믿고 시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코번트리·마드리드=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

유리공예 ‘스타상품’ 띄우자… 年 244만명 찾는 명품시장 변신

 


3일 일본 나가하마 전통시장에서 상인들과 관광객들이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인구 6만 명의 평범한 농촌도시 나가하마는 1980년대 유리공예를 마을의 대표 상품으로 키운 결과 이제는 주말 하루 평균 2만여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뒤로 보이는 건물이 나가하마 시장의 명물 ‘구로카베’다. 나가하마=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 ‘골리앗 유통업체’와의 경쟁 속에 국내 전통시장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전통시장들이 거대 자본을 무기로 한 대형마트의 공세에 놓이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골리앗의 약점을 파고들어 생존에 성공한 해외 전통시장도 적지 않다. 소규모 전통시장만의 유연함과 전문성으로 오히려 지역상권을 주도하고 있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주요 선진국의 전통시장 성공비결을 현지 취재해 3회에 걸쳐 소개한다. 》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에서 기차로 1시간 반 떨어진 시가(滋賀) 현 나가하마(長濱) 시.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이곳은 늙어가는 일본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구 6만 명의 농촌도시였다. 일본 최대 크기의 비와(琵琶) 호수와 흔적만 남은 옛 성곽을 빼면 볼 게 아무것도 없는 이 도시를 일부러 찾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보잘것없는 농촌도시 나가하마 시는 1990년대 들어 기적처럼 부활했다. 지난해 나가하마를 다녀간 관광객은 244만 명. 지역 명물인 나가하마 시장의 매출은 지난해 8000억 원이나 됐다. 일본 언론들은 나가하마를 ‘매력적인 마을 전국 1위’로 꼽고 있다.

나가하마의 기적을 만든 건 지역 상인과 주민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구로카베(黑壁)’라는 전통 유리공예 작업장 및 전시장이었다. 나가하마 시장의 한복판에 위치한 구로카베는 일본 전국에서 손님을 끌어모으는 시장의 대표 스타인 셈이다.

 

구로카베의 유리공예 전문가인 아사히 지사토(淺井千里·33) 씨는 “일본 미술계에서 ‘구로카베’란 타이틀은 흥행 보증수표”라며 “유리공예를 보러 오는 손님 덕분에 전통시장까지 좋아져 보람이 배가 된다”고 말했다.


○ “스타 품목을 키웠더니 시장이 살아났다”

이달 초 일본의 황금연휴를 맞은 나가하마 전통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문전성시’였다. 특히 일본 최대 규모의 유리공예 전시장이 있는 구로카베는 관광객의 필수코스. 정상급 유리공예가 13명이 각자의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유리창 너머로 장인들의 섬세한 손놀림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감탄했고 각종 유리공예 제작에 직접 참여하며 즐거워했다.

1000원대의 소형 장식품에서 1000만 원이 넘는 예술작품까지 크기나 모양도 각양각색이었다. 특히 장인들이 만든 유리 공예품 곁에 늘어선 다른 점포들의 품격도 덩달아 올라갔다.

휴일을 맞이해 오사카에서 온 오카다 도모코 씨(26)는 “유리공예로 유명한 구로카베를 직접 보고 싶어 나섰다”면서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많아 하루 더 머물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유리공예 하나가 도시 전체를 관광휴양 도시로 탈바꿈시킨 셈이다.

나가하마 상공회의소에서 30여 년을 일하다 전통시장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요시이 시케히토 씨(72)는 “역사 도시라지만 내세울 만한 상업 기반이나 관광 자원은 거의 없었다”며 “지역 주민과 상인이 의기투합해 1800년대 이 마을에서 번성했다가 사라진 ‘유리 공예’를 떠올리지 못했다면 지금도 동네 사람 몇몇만 오가는 시장이 되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가하마 시민들은 급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우선 상인과 지역 주민이 협의체를 구성해 모두 공감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구상했다.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한 ‘풍격(風格) 있는 마을 만들기 위원회’였다.

유리공예를 해결책으로 떠올린 위원회는 직접 유럽을 찾아 마케팅 기법을 배웠고, 젊은 유리공예가를 초청해 상권을 재구성했다. 1989년엔 십시일반 돈을 모아 쓰러져가던 옛 은행 건물을 매입해 유리공예가들을 위한 구로카베를 만들었다.

구로카베에는 지역의 60여 개 기업도 주주로 참여했다. 관리는 시장 상인이 하지만 유능한 전문가를 초빙해 경영을 맡겼다. 그렇게 번 돈은 전통시장에 재투자한다는 게 제1의 원칙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나가하마=유리공예’라는 브랜드가 전국에 알려지자 시장 전체의 변화는 더욱 빨라졌다. 요시이 사무국장은 “구로카베가 만들어진 뒤 마을 인구는 20%나 늘고, 100여 곳에 불과하던 상점도 500여 곳으로 늘었다”며 “400년 전통의 마을 축제도 덩달아 부활해 새로운 지역 명물이 됐다”고 강조했다.


○ 전통상품을 현대화한 히코네 시장

나가하마에서 남쪽으로 10km 떨어진 히코네(彦根) 시는 불교 사찰이 많아 일찌감치 향과 초를 만드는 장인이 모여 살았다. 일본 근대화 이전만 해도 이곳에서 나온 향과 초는 일본 최고의 상품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근대화와 함께 전통산업은 생사의 기로에 몰렸다.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 대형마트는 히코네 시장의 숨통을 조여 왔다. 히코네의 향과 초는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더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히코네 주민과 상인들 사이에 번졌다. 일단 기존 시장 골목을 넓히는 리모델링을 하기로 했지만 문제는 그 안에 담을 내용이었다. 히코네 상인들은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인들이 더는 제례의식을 위해 향이나 초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집안의 소품과 명상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주목했다.

히코네 상인들은 향과 초의 장인을 설득해 현대인의 감각에 맞춘 새로운 제품을 내놓았고 상품 포장에도 각별한 공을 들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히코네 시장에 오지 않으면 구할 수 없는 향과 초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이들은 시장 전체 상권에 활력을 가져왔다.

변화의 기운은 빠르게 전파됐다. 인근 가게 주인들도 가업으로 내려오던 떡, 과자, 전통인형 등의 포장을 새롭게 바꾸고 현대화하기 시작했다.

야부타 기오시(62) 히코네 상인회장은 “스타 상품을 내세운 덕분에 1년에 100만 명의 외지인들이 전체 길이가 350m에 불과한 마을시장을 찾고 있다”며 “전통의 품격을 잃지 않고도 현대식 상품을 내놓은 것이 성공의 이유”라고 밝혔다.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똑같은 상품을 팔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과 결합하면서 일본의 전통시장은 옛 명성을 회복해가고 있다.

나가하마·히코네=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