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의 “마켓홀” 프로젝트가 유럽 재래 시장의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면 우리 고유의 장터 문화도 어떤 식으로...

by 유로저널  /  on Aug 22, 2010 07:31

 

로테르담의 “마켓홀” 프로젝트가 유럽 재래 시장의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면 우리 고유의 장터 문화도 어떤 식으로 발전, 변형되어야 하는지 연구해보자.


최근 네델란드에 새롭게 개정된 위생법에 의하면 고기와 생선을 파는 전통적인 야외 시장은 지붕을 덮어야 한다. 이와 같은 새로운 규정이래 최초로 시행되는 마켓홀(Market Hall)이라 불리는 시장 재생 프로젝트는 로테르담 전후센터 (Rotterdam Post War Centre) 내 로렌스지구의 시내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에 신축되는 전체 건축물은 총10만 평방미터 규모이며 약 143만 파운드의 예산이 투입된다. 바로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라우렌스 성당 근처에 도시형 재래 시장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9년 11월 로테르담 시가 마켓홀의 착공을 발표했다. 자국 건축가 사무소 MVRDV가 설계한 마켓홀은 재래 시장과 200채가 넘는 주택의 복합건물이다.


 

 


로테르담 중심부에 신축되는 현대식 재래시장 “마켓홀”


12층의 아치 형태의 아파트먼트블럭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홀 안에는 100여 개의 노점 시장이 자리잡게 되며 아파트먼트의 창을 통해 주민들은 시장의 활기찬 모습을 내려다 볼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지난 20년 고국에 즐비하게 자리잡은 수 많은 주상복합건물들과는 사뭇 다른 재래 시장 고유의 형태와 활기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하 3개층에 걸쳐 1,200대 규모의 주차장도 마련된다.
아치형 건물에는 총 228 채의 주택이 마련되는데 건물 내 아래 2개층은 공공공간으로 상점및 식당으로 사용되며 각 아파트먼트마다 바깥쪽으로 발코니를 설치해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성을 가질 것이다. 또 거대한 홀내에는 LED 패널을 설치해 필요에 따라 문화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처럼 ‘마켓홀’은 시장, 레저, 주거, 주차와 같은 상이한 기능들이 통합된 새로운 유형의 공공 복합 빌딩이라 할 수 있다.



유럽 여느 도시의 실내 재래시장처럼 마켓홀의 내부 전경 또한 활기차다


아치형 건물 실내에 설치된 LED패널은 이벤트를 위해 적절히 이용될 것이다


스위스 - 바젤 마켓

현대식으로 변형된 시장은 아니지만 스위스 바젤에도 도시 한 복판에  (Marktplatz) Market place 라는 시장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 마치 예전 고국의 3일장, 5일장처럼 매일 오전 8시 반부터 정오까지만 장이 선다. 가을이면 시장에 나오는 상품들은 그 절정을 이루는데 1260년경에는 무역, 교통 그리고 정치의 중심지로 Corn Market 이라 불려지기도 했다던 이 시장에는 1420년부터는 과일과 채소로만 거래되던 상품들을 달걀, 치즈 그리고 닭과 같은 가금류를 포함해 그 거래 품목의 폭도 다양해졌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지금의 반정도였던 시장의 규모를 시측에선 주변의 인접한 대지들을 사들여 현재의 규모로 확장시킨 것이다. 시장이 서지 않는 오후에는 각종 이벤트를 위한 장소로 아님 주변의 몇 안되지만 중세 건축물들과 어우러져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장소로서의 자리메김을 하고 있다. 작은 도시지만 건강한 삶을 사는 바젤 시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이 시장에 모여들어 하루를 준비한다. 웰빙..웰빙.. 진정한 웰빙이란 바로 이른 아침 마켓에서 이웃들과 만나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주말 바젤의 Market Place에 내다 파는 온갖 음식재료들


필자의 고향 경기도 안성에는 매달 2, 12, 22일과 7, 17,27일마다 5일장이 열린다. 물론 어릴적의 장규모에 비하면 형편없이 작지만 그나마 역사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대형규모의 할인매장들의 속속등장으로 우리와 오랜 역사를 같이해온 전통의 장문화는 그 목적을 상실해가며 서서히 우리의 문화속에서 잠식되어가고 있다. 장에 나오는 상품들을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가격도 쌀뿐만아니라 자연환경에서 직접 경작되고 수확한 말 그대로 Organic들이다.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는 정겨운 우리 고유의 장터 문화


물론 장이란 물건을 거래하는 곳이라는 주된 목적이 있었지만  물건을 사고 파는 것외에도
상인들간의 혹은 손님들간의 삶을 나누는 장소로도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장터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므로 영조때는 임금이 내리는 성지를 널리 알리는 데 시장이라는 공간이 이용되기도 했다고 들은적이 있다. 역모를 꾀하다가 잡힌 역적들의 목을 베어 시장 바닥에서 매달았던 것도 장터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했던 것일 것이다.

물론 현대사회의 시장의 개념은 당시의 장터와는 차이가 있을것이 분명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시대에 걸맞게 시장 환경이나 이용방법, 수단 등이 연구, 발전, 변형되어야 하겠지만 우리 선조들의 삶속에 그리고 우리 부모님세대들의 역사와 같이해온 이런 장문화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제로의 상태에서 출발해야한다면 결국은 또 외국의 시장을 그대로 옮겨놓는 어리석은 짓일것임은 눈에 보듯 훤하다.  

우리의 토속적인 장문화.. 건강한 사고를 바탕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볼수있게되길 간절히 바랄뿐이다.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SMAL AND PARTNERS (도시 및 건축 설계 파트너쉽) 대표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 튜터
www.smalandpartners.com
cpark@smaland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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