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기획전시 'CONCRETE ABSTRACTION' 해석해보면 사실에 의거한 추상, 즉 "구체적인 추상" 추상화이지만 구체적인 실상을 대상으로한 추상화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방문해서 살펴보니
젊은 작가들의 각자의 시선에서 보이는 어떤 장면, 사물, 현상 등을 작가의 해석으로 추상화로 그린 작품들이었습니다.
특히 이해하기 어려웠던 작가는 구지윤 작가로 도시를, 인물화를 그리고 있었지만 설명을 듣고서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추상화속에 담겨있는 내용을 읽어내기는 쉽지않았습니다. 설명을 살펴보니 도시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의 바쁘고, 지루함과 그러나 변화에 둔감하고, 우울함과 불안함을 담아 그렸다고 하는데...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살펴보아야 할 작품인 것 같습니다.
또 김지선 작가의 어떤 실상에 대한 기억을 담은 추상화그림은 추상화의 제목을 보면 내 머리속에 담겨있는 이미지로서 이해가 되므로 어느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습니다.
박광수 작가의 작품은 모든 작품속 시선이 가는 곳에 있는 한 남자, 손과 발이 과장되게 크고, 단단하고 강인한 얼굴이 과거 유럽의 동상에서 보는 인물의 단단함과 주변에 펼쳐진 자연과 풀, 그리고 물들을 통해서 자연속에 있는 자연과 하나된 강인한 남자를 그리는 것으로 인식이 되었습니다. 작품의 세계는 대형 숲속에 있는 한 남자의 흑백그림과 설계도의 작은 이미지 아이콘으로 시작해서 점차 자연과 인물이 컬러풀해지고, 좀 더 강인해져가는 작품속 한 남자를 통하여 박광수 작가의 시각의 확장을 보는 듯 했습니다.
3명의 젊은 작가들이 만든 작품의 특징은 색감이 너무 세련되어있어서 보기 좋았다였습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보여지는 색감도 중요함을 알게된 좋은 전시였습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건물은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건축했다고 합니다.
가서보니 정말 직접 눈으로 본 카페와 전시장 그리고 설계도상으로만 본 사무실공간의 적절한 배치와 넉넉한 공간감 그리고 은은히 들어오는 자연채광을 통한 전시관람 등 건물이 주는 감각은 전시작품 이상의 울림이 있었습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2024년 기획전시로 ' 'CONCRETE ABSTRACTION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현재 한국화단에서 활동중인 회화작가중에서 대상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하여 추상적인 시각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일면 구체적인 대상이 내재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인 구지윤, 김지선, 박광수가 각자 독자적으로 연구하여 작품에 적용하고 있는 구체적인 추상회화의 어휘를 살펴보면서 동시대 추상회화작가들과 구별되는 지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구지윤은 도시를 그린다. 그 도시의 소음과 빠른 변화, 그것들을 감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풍경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미시적 감각과 생각에까지 도달한다.
김지선이 그리는 기억은 때로는 더 선명하고 때로는 덜 선명하다. 그 기억을 이루는 감각은 완전히 그려진 후에야 그 선명함을 얻게되며 다채로운 추상으로 캐버스위에 형태를 드러낸다.
박광수의 인물이 놓인 장소는 태고의 자연, 우주이다. 그것은 코스모스와 카오스사이의 장소로 인물의 외면인지 내면인지 조차 불분명하며, 그렇기에 표현적으로 그 본질을 드러낸다.
창작자의 주관적인 영역인 추상적 표현은 타인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만 이해하려하면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난해하게 보이던 예술작품을 이해하는 길은 관객이 작가의 생각과 감각의 방식에 공감하는 순간 갑작스럽게 등장한다. 전시장을 들어선 관객이 만나게되는 세작가의 그림들은 매순간, 그리고 공간마다 다른 표정을 나타낸다.
이 그림들은 구체적이기도하고, 추상적이기도하며, 감각의 농도가 짙게 드러나다가 어느 부분 담담해지기도하는 자연스러운 변주로 느껴질 것이다.
-형다미/미메시스 아트뮤지엄 선임 큐레이터
구지윤
1982년 생으로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과장, 2007년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순수미술전공학사를 졸업한 후, 2010년 뉴욕대학교스튜디오아트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왜 그리는가?
나는 부재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고, 곧 사라질 것에 대해 미리 노스탤지어를 불러낸다. 사라진 것들이 화석이 되어 미래로, 현재로 되돌아오는 것처럼 현재의 것을 기록하고 견고하게 물질화하여 내일 혹은 더 먼 미래로 보내어 그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무엇을 그리는가?
빠른속도로 매일 모습을 바꾸어 현 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에 주목한다. 자극과 속도에 둔화한 몸의 감각이야기하는 일상의 지루함, 불안과 우울한 정서를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추상회화로 표현한다. 최근에는 서울에 거주하며 대단지아파트의 조경, 환경, 생태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심을 갖고 그간 도시화 과정속에서 제거되거나 보이지 않는 것들(기억, 욕망, 시간등)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어떻게 그리는가?
여러 점의 작품을 펼쳐두고 그리는 편이다. 예전에 그렸던 그림을 현재 진행중인 작업옆에 걸어보기도 하고, 발표하지 않는 작품도 다시 꺼내어 보곤한다. 다른 시간대를 기록한 작업들을 나란히 두고 내가 쌓아올린 붓질사이의 공간을 헤집고 들어가며, 마치 처음와 본 사람처럼 그곳을 서성이며 이해하려 노력한다. 이렇게 여러점을 펼쳐두고 시간차를 두고 오랜기간 천천히 그림을 응시하다보면 낯선 배열과 관계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무엇을 말하는가?
현 시대를 살아가며 느끼는 속도와 과잉, 편리함을 취했을때 감수해야 하는 손실과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어떤작가가 되고 싶은가?
오랜시간 눈과 마음을 붙잡아두는 작업을 하고 싶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바로지금, 여기라는 테이블위에 툭하고 던져내는 일 인 것이다.
구지윤은 도시를 그린다.
무너지고 쌓이면서 큰 건물이 세워지고 한 순간 사라지기도 하는 도시의 압도적인 힘을 처음 인식하면서 시작한 작업이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거대한 도시, 그 중에서도 작가의 유학시절, 서울과 뉴욕을 빈번하게 오고 갔던 경험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머물며 익숙해서 보이지않았던 도시의 거대한 에너지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의 심리적인 상태에 주목하게 하였다. 도시의 폐기물과 파편더미가 쌓인 공사장을 모델로 하였음을 추측할 수 있는 'UselessEmotin'과 추상적 파편의 형태가 인물화의 구도와 중첩된 '소녀'는 구지윤의 초기작품이 지금과 같은 완전한 추상의 이미지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초기작품은 궁극적으론는 현재 작품들과 맥락을 같이하기에 구지윤의 그림안에서 도시와 연관된 조형요소를 찾고자 하는 관객에게 힌트가 되기도 한다. 작가에게 도시는 관망의 대상이 아닌 본인이 그 안에서 살아가는 공간이자 시간과 경험이기에, 본인 혹은 그 안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자화상과 같은 형태를 중첩하여 쌓아감으로써 유기체적인 도시의 면모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물화를 연상시키는 조형은 점차 해체되고 있지만, 작가가 시기마다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변화는 그림의 색과 형태에 담겨 화면에 반영된다는 점은 한결같다. 작가가 최근 그림을 시작하는 시점은 좀 더 가까이 옮겨왔다. '껌,지렁이,먼지'와 '글래스앤그래스'같은 작품에는 작가의 시선이 깨진 아스팔트바닥, 그사이에 시멘트조각을 밀어내고 올라오는 식물과 같은 것들에 닿아있으며, 제목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추측할 수 있어 추상회화임에도 구체적이라는 인상마저든다. 구지윤은 '사라지는 사물' 연작에서 도시의 시멘트벽, 바닥등구조물의 틈새, 작은 구멍을 향한 시선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연상을 그려낸다. 이를테면 미시적인 관점에서 틈새공간으로 차원의 이동을 하듯 들어가보면 부스러진 시멘트, 모래, 먼지입자들이 떠다니는 비정형의 상태가 펼쳐저있고,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까지도 존재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이 그것이다. 구지윤이 그리는 추상의 이미지는 구체적이지않지만 구체적이기도 하다. 즉, 구체적형상을 그리지않는 작가가 고도로 집중하여 공기의 떨림, 미세한 소음, 진동과 같은 순간적인 감각을 잡아내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안정함과 미묘한 불안까지 감지하고 그려내기에 결과적으로 대상은 구체적인 상태가 된다.
- 미술관 제공 자료
김지선
1986년생으로 2010년 런던대학교슬레이드미술대학 회화과 학사졸업, 2012년 동대학 대학원 회화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왜 그리는가?
잊혀져가는 기억을 되살리고, 희미해진 감정을 다시 끄집어내려고 하는데에서부터 그림은 시작된다. 그리는 행위는 기억을 붙잡고, 그 기억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깊이를 탐색하는 여정이다. 기억을 그리는 것은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경험으로 확장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그리는가?
기억의 복잡한 층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이미지들을 그려서 겹쳐, 시간과 경험이 얽혀있는 다양한 장면을 탐구한다. 다시말해, 내가 그리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인 형태가 아니라, 기억과 시간, 그리고 감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 지이다.
어떻게 그리는가?
특정공간에서 며칠간 사운드를 녹음하고, 영상 및 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밑그림없이 그린다. 그렇게 아무곳에서나 시작되어 나의 기억속에서 변해가는 인상을 담은 다이어리처럼 기록하고자 한다. 나는 이 그리기과정을 '캠퍼스와의 면담'이라고 부른다. 이때 기억속에 대상을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추상적인 형태로 변형시켜 새로운 시점에서의 정서적 상태로 재구성하려한다. 이는 우리가 기억을 통해 어떻게 세계를 경험하고 이해하는지를 반영하려는 시도와도 같다.
무엇을 말하는가?
나는 기억의 복잡성과 그로부터 생성되는 다양한 이미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간존재의 깊이를 탐구하고, 관객과의 감각적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사람들에게 잊혀진 순간과 감정을 다시 상기시키고, 각자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며, 인간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인간의 감정, 경험, 사상등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창의적 과정이다. 톨스토이의 말을 인용하자면 '좋은예술은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며, 이는 예술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감정과 경험을 소통하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좋은 옛ㄹ은 소통을 통해 우리들 하나로 연결하는 힘을 갖는다.
김지선은 기억속 공간을 그린다.
작가들은 일반적으로 기억을 다시 떠올려 그리기 위하여 사진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김지선은 단순히 그 장소의 모습을 재현하고자하는 것이 아니기에 사진을 직접적으로 활용하지않고 소리를 녹음해서 현장의 상황과 그때의 감정을 감각적으로 소환한다, 'Do not leave'는 해질녘 한강공원을 그리는 것을 사전 계획한 프로젝트성격의 작업으로, 지나간 기억을 환기시키는 방식을 작각가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적용한 출발점이 되는 작업이다. 해질녘 한강공원을 같은 시간대에 지속적으로 찾아 현장에서의 감각을 입체적으로 수집하고 그려낸 이 작품은 이미지안에 그때의 시간, 공간, 소리, 움직임등이 압축되어 캔버스에 담겨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토록 그림에 기억의 순간을 다원적 감각으로 담아낸 작가는 작품이 실제공간과 멀어지기를 계속해서 추구한다. 그에게는 기억내면의 공간과 현실의 공간이 동일하지않기 때문이다. 기억의 생생함 정도에 따라 때로는 그림의 시작점이 되는 장소가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경우, 표현된 그림이 그 장소 자체에 수동적으로 묶여버리기에 작가는 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자 아주 다른 감각의 '레이어'를 덧입혀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 'Night Light'처럼 넓은 공간을 점유하는 작품은 마음껏 평면으로 펼쳐내어 관람자로 하여금 압도적 규모의 몰입을 유도하여 작가가 기억속 공간에서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자하는 의도를 반영한다. 2차원의 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회화의 숙명은 돌아갈 수 없는 기억의 특성과 유사하기에 안타깝고 안전하다, 창조된 평면의 이면에선 작가는 그 안에서 느낀 장엄하고 아름다운 경험과 공존하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의 어두운 감정을 홀리듯이 풀어놓는다. 이렇게 자유로워진 작가는 또 다른기억을 붙잡아 그림안에 계속 가둔다.
- 미술관 제공 자료
박광수
1984년생으로 2008년 서울과학기술대학 조형예술학과 졸업, 2010년 동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왜 그리는가?
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이상한 곤충, 새, 식물, 자연의 지형, 인간의 기이한 몸짓, 유물, 경악할만한 사건사고, 새로운 과학기술,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음식물쓰레기, 물감이 섞여가는 팔레트 등을 볼 때, 이것들이 원초적 상태에서부터 발전하고 뒤섞여 나에게 닿았다는 사실이 좋다. 이걸 내안에서 그림으로까지 극단적인 태도로 아주 잘 펼쳐낸 상태를 보고 싶다.
무엇을 그리는가?
최근에는 대체로 인물과 풍경을 그린다. 내 그림속 풍경은 자연의 원초적인 상태처럼 확정되지 않은채 꿈틀거리는 경우가 많다. 그 모습은 세계의 시작과 끝이 맞닿은 경계의 순간처럼 보인다. 나는 그림에서 선과 색이 충만하게 매혹적이기도, 위협적이기도하며, 서로간의 강렬한 충돌로 그 세계가 극단적이길 원한다.
어떻게 그리는가?
그릴 대상의 형태나 상황, 풍경의 상태를 대략 정하고 시작하는 경우, 또는 물감으로 공간과 지형을 표현하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시작하고 어느정도 그려졌을때 그 방향과 어긋나게 뒤엎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규칙에 균열을 내는 느낌이다. 그런 균열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면 더 좋은 그림이 된다. 더 좋음으로 가기 위해 균열이 중요하다.
무엇을 말하는가?
삶의 혼돈과 아름다움, 자연과 인간의 경계, 사라짐과 소멸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이성복 시인의 말을 좋아한다. 그의 문학을 지탱해온 축이 다음 세가지라고 하는데 이에 공감한다. 나는 세계와 작업에 대해 진지함, 측음함, 장난기의 균형을 잃지않고 성장하는 유연한 고령의 작가가 되고 싶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평범한 일상을 다시 새롭게 보게하는 것
박광수의 그림에는 어떤 인물이 있다.
그 사람은 혼돈의 정글, 동굴, 원시림처럼 느껴지는 장소에 홀로 있다. 그는 그곳의 구심점이 되어 응축된 단단한 조각상처럼 존재한다. '공격적 중력'에서는 고대 조각같은 정면성의 견고함으로 미지의 호수에 마치 다트같이 꽂혀있다. 태초의 인간이 홀로 셀 수 없는 시간을 살아낸 것처럼, 박광수가 그리는 인간은 한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 시간의 화석처럼 다가온다. 오래살아서 조각처럼 단단하게 굳은 상태의 이 인물을 둘러싼 배경은 그의 정체성을 추측하게 해주는 혼란스럽고 비현실적인 추상의 공간이다. 나체로 원초적인 공간에 존재하는 상황은 이 인물에게는 고난의 환경일테지만 관객의 눈에는 극적이고 아름다운 추상화로 보이기도 한다. '구리인간'에서도 잘 드러나듯, 투명도가 있는 얇은 물감이 밀리고 번지고 지워지고 그 흔적이 남아겹쳐 그려진 그림에는 여러겹의 층위와 배경의 흰면이 드러나는 가벼운 산뜻함이 공존한다. 밀린 자국이 주는 원초적인 느낌은 손가락으로 동굴벽에 최초의 인류가 흙이나 동물의 피로 그리는 행위를 하는 것을 연상케하며, 번들거리는 금속성안료의 질감은 광물과 동식물의 유기물로 만든 색채를 날 것 그대로 쓰는 듯한 야성적인 인상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인공적인 형광과 같은 색감이 이 그림이 존재하는 시대를 더욱 광범위하게 만들어주며 진지하면서도 만화적인 양면성을 뒷받침하고있다. 작가의 초기작은 흑백으로만 그려진 원거리의 풍경 혹은 조감도와 같은 작품이 주였는데 최근에는 좀 더 근거리의 장면으로 변화된 것으로 보인다. 인물의 큼직한 손과 팔의 털, 얼굴의 묘사가 생생하게 표현된 '직진'을 '검은숲속'과 같은 초기작품에 비교해보면 화면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림속 인물에 가까워졌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또한 박광수의 작품에는 구상과 추상, 표현주의적 드로잉이 구분없이 담겨있다. 작가의 고향에 흐르는 한탄강과 그 강가에 전해져오는 사연과 인물, 지형을 작가만의 상징기호로 그려낸 '큰 여울의 깊이'에는 이와같은 박광수의 복합적인 작업방식이 잘 드러난다. 원초적인 인간의 감정, 호기심, 두려움, 연약함, 아름다움들을 정리하지 않은 미확정상태로 그리는 이와 같은 화면의 구축방법은 결과적으로 박광수의 회화가 새로운 종류의 추상회화로 나아가는 길을 연다.
- 미술관 제공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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